2024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〈몸으로 경험하는 동의보감〉 프로그램을 가르치며 한 묶음의 낱말이 오래 남았다. 봄, 동쪽, 바람, 신맛, 간, 눈, 근육, 손톱, 분노. 각각의 낱말은 몸과 계절, 감각과 장소 사이의 관계로 이어졌다.
나는 이 배열을 작가의 질문으로 다시 바라보았다. 문헌에 담긴 지식은 살아 있는 몸을 통과하며 어떻게 달라지는가. 계절을 살피는 일과 자신의 움직임을 감각하는 일이 한 자리에서 만날 때 무엇이 드러나는가. 여기서 몸은 주변과 분리된 단위가 아니라 리듬과 환경, 다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작은 우주다.
이 질문은 장기적인 체화 연구 몸다스름(Moumdasreum)으로 이어진다. 호흡과 움직임, 노트와 이미지를 통해 한국의 몸-우주론을 현재의 몸에서 다시 읽는다. 아카이브는 반복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. 몸으로 되돌아갈 때마다 기억할 수 있는 것과 볼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.

